일정을 계속 못 지키셔서 어쩔 수 없이 근무 시간을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평소에도 사색을 하여 반면교사를 자주 하는 편이다. (안 믿기겠지만)
그때마다 글로 남기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잘 안 하기도 했었고.. 글로 적는다 하더라도 퍼블리싱 된 건 극히 일부.
아마 이 글 또한 퍼블리싱은 못할듯하다.

잠이 안온 가운데 문득 한가지 망상이 떠올랐다. 떠오른 망상은

어느 한 스타트업이 있고 그 회사 대표가 올핸즈미팅에서 “일정을 계속 못 지키셔서 어쩔 수 없이 근무 시간을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통보를 했고 직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발언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상황을 상상하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의 생각을 해봤다.

사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대표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오죽했으면 이런 통보를 했을까?
대표 스스로도 저런 발언을 했을 때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지 뻔이 알 텐데, 저런 말을 하는 것이 과연 쉬웠을까?
스타트업에서 문화가 얼마나 큰 요소인지 알고 있을 텐데, 디모티베이션되는 저런 말을 하는 것이 과연 쉬웠을까?
저 발언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을지 나 같은 범인은 상상조차 힘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표의 고충을 퇴색시켜버리는 두 가지 실수를 범했다.

1 올핸즈미팅에서 ‘통보’를 해버렸다.

‘모든 사람이 손을 들고 발언을 할 수 있다’라고 해서 올핸즈미팅이라고 하는데, 이런 자리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해버린다는 것은 굉장히 안 좋은(웃긴) 행동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올핸즈미팅’이라고 칭하는 것들을 하지만 정말로 의미에 부합하는 미팅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게 아니고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것이라면 왜 ‘올핸즈미팅’이라고 하는가?
차라리 ‘주간 공지’ 혹은 ‘월간 공지’ 이렇게 명하는 게 희망고문도 안 하고 시맨틱하고 얼마나 좋은가?
이러한 상황에서 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냥 포기하고 들어주는척하면 된다.

반대로 대표는 정말로 올핸즈미팅을 원하고, 갖가지 질문에 대비해 답변도 충실히 준비해왔으나 그 어느 누구도 질문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질문을 하게 하기 위해 상품을 주는 등 리워드 시스템을 도입하여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으나.. 나라면 다른 방법을 선택할 것 같다.

동료들이 스스럼없이 질문을 하는 문화가 장착될 때까지 몇몇 사람을 섭외하고 내가 준비한 질문을 알려주고 질문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틀을 깨주는것인데. 여기서 틀을 구성하는 것은 질문자와 질문 내용이다.
“누구나 어떤 내용이든 질문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올핸즈미팅이 아니겠는가?
고로 나는 가장 최근에 입사한 사람,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 인턴 등 사내에서 파워가 없는 사람들로 선정을 하고 민감한 질문을 부탁할 것이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아니? 인턴이 질문을 해? 심지어 이런 질문을??”라며 놀라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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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심한 말을!

난 천연덕스럽게 당황하지 않고 답변하는 연기(?)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쿨한 척도 하며
이렇게 몇 번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몇 판(?) 돌고 나면 자연스럽게 질문자들이 생길 것이다.

운이 좋게 처음 시도에서 문화가 정착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착이 될 때까지 난 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계속 칠 것이고 난 이 바닥의 타짜가 되어.. 응? 아 이게 아니고.. 연기의 신이 되어 배우로 데뷔를.. 아 이것도 아니고..

암튼 여러 번 시도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러한 문화가 정착이 된 후 동료들에게 ‘문화 정착을 위해 사실 질문을 짜고 했다’라고 해명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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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깊은 뜻이!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섭외한 사람들에게 “당신이 질문한 것에 대한 피드백을 누군가 해줬다면 그걸 나에게 공유해달라”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인턴이 속한 팀의 리더 혹은 사수가 와서 “야, 네가 뭔데 그런 질문을 해?” 라거나 “우와! 인턴 나도 그거 궁금했었는데 질문 잘했어!” 등등 말이다.

올핸즈미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라면, 그들의 속내를 내가 알 방법이 없다.  그들의 목소릴 듣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야 한다.
리더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설사 그들이 내게 아무 말을 해주고 있지 않더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2 사람들의 공감대 혹은 납득을 얻어내지 못했다.

만약 위 상황처럼 통보를 해야 한다면 일정이 늦어지는 게 정말로 직원들의 잘못이고, 징벌(?) 받아 마땅한 상황인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에 어떤 프로세스가 진행이 되었는지? 그 모든 것들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기본이라 생각한다.

내가 대표라면 먼저 일정이 늦어지는 원인에 대해서 파악을 할 것이다.
리더나 담당자를 소환하여 회의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1:1 미팅으로도 진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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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1:1 면담이라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추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정이 늦어지는 걸 방지할 수 있을까요?”, “내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그러기 위해선 뭐가 필요하세요?”라는 뉘앙스와 멘트이다.
이러한 과정만으로도 이미 공감대를 형성하게 됨은 물론,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근데 원인만 찾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해결책의 힌트도 미팅을 통해 얻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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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나름의 해결책들을 생각한 후 올핸즈미팅을 연다. 미팅을 하여 얻은 데이터들은 수치화하여 공유를 하고 해결책들을 공유한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올핸즈미팅’이라는것이다. 내가 생각한 혹은 추천받은 해결책들을 여러 사람과 논의하여 타당한지 더 좋은 해결방안은 없는지 논의를 하고 정할 것이다.

실제로 내가 저렇게 했었는데 사실 이 과정은 무척이나 번거롭고 귀찮으며 원치 않은 감정 소모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러한 과정들을 했던 것은 그게 올바른 리더라고 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 적고 싶은 말 아직 많이 남았는데, 직원 입장 편도 남았는데.. 시간이 벌써 새벽 6시를 향해 가고있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 동료 등에 대해 언제 한번 길게 적고 싶었는데..
오늘은 그날이 아닌가 보다. 아 몰라 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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